마을이 함께 만든 런웨이오늘은 지난해 10월 25일, 가르송필레에게 있었던 특별한 하루를 나누려 합니다. 에메랄드빛 세화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진 런웨이 ‘모모패션쇼 with 가르송필레’ 이야기인데요. 평소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던 마을 주민들이 이날만큼은 가르송필레의 런웨이 모델이 되어 해변 위를 한 걸음씩 내딛었습니다. 이 특별한 기억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착실히 준비해온 시간런웨이는 단 하루였지만, 그 하루를 위해 마을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가게를 운영하고, 밭을 일구고, 아이를 돌보던 마을 사람들이 틈틈이 모여 워킹 클래스를 듣고, 퇴근 후엔 의상 피팅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쇼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연습을 시작한 사람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거울 앞에 서보는 시간들이 하나 둘 이어져 이날의 런웨이가 되었습니다. 흩어지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번 패션쇼에서 가르송필레는 ‘모레(MO LE)’라는 테마로, 흩날리는 모래처럼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마음 속 순수한 기억과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바람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모래처럼, 누구나 품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유롭고 순수한 모습을 떠올리며, 빈티지한 소재와 현대적인 실루엣을 조화롭게 엮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스타일링을 완성했지요. 우리 안에 사라지지 않는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에너지를 떠올리면서요. 파도의 리듬처럼그날의 바다는 잔잔하지도 거칠지도 않았습니다. 파도가 규칙적으로 밀려오며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었고, 그 풍경은 런웨이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조화롭게 어우러졌습니다. 자연은 인위적으로 연출할 수 없습니다. 세화해변의 바람과 파도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본연의 모습으로 함께했고, 그렇게 자연과 사람, 이야기가 어우러져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귀한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옷에 담긴 시간들그날의 순간들은 모래처럼 흩어졌지만,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머물며 옷 이상의 의미가 되길 바랍니다. 옷은 시간이 쌓인 나이테처럼,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갑니다. 가르송필레의 옷도 그 안에서 함께한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아, 언젠가 다시 꺼내어 기억할 수 있는 작은 표식이 되길 바랍니다.